트렌드2026.04.16

AI Agent에게, 당신이 모르는 것에 대하여

30년차 생산관리자가 공장에 새로 들어온 AI Agent에게 쓴 편지. 환영도, 거부도 아닌 그 사이의 말.

AI Agent에게, 당신이 모르는 것에 대하여

받는 이: 3호 라인 AI Agent (버전 2.4.1)

당신이 우리 공장에 온 지 넉 달째다.

처음 당신을 봤을 때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MES 도입할 때도, 바코드 시스템 붙일 때도, POP 단말기 깔 때도 그랬다. 서른 해 동안 새 시스템은 늘 왔다. 대부분은 6개월 뒤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런데 당신은 좀 다르다.

당신이 잘하는 것

인정한다. 작업지시 배분을 당신이 맡고 나서 라인 가동률이 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3호 라인 기준으로 설비 유휴 시간이 하루 평균 47분에서 19분으로 줄었다. 내가 엑셀로 짜던 주간 생산계획을 당신은 실시간으로 고쳐 쓴다. 자재 입고가 2시간 늦으면 후공정 순서를 알아서 뒤집는다. 그건 내가 전화 세 통을 돌려야 가능한 일이었다.

당신은 빠르다. 그리고 빠짐없다.

당신이 모르는 것

화요일 아침, CNC 3번기 앞을 지날 때 나는 냄새를 맡는다. 절삭유가 탈 때 나는 미세한 쇠 냄새. 센서에는 안 잡힌다. 하지만 그 냄새가 나면 이틀 안에 스핀들 베어링이 간다. 서른 해의 코가 그렇게 말한다.

당신은 진동 데이터와 온도 로그를 본다. 나는 그 기계가 아프다는 걸 안다.

그리고 하나 더.

김 반장이 요즘 작업 속도가 느리다. 당신의 대시보드에는 "생산성 하락 12%"라고 찍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사람 아버지가 요양원에 계신다. 야근을 못 한다. 그래서 주간 물량을 좀 더 준 거다. 그건 효율이 아니라 균형이다.

당신의 최적화 함수에 그런 변수는 없다.

내가 모르는 것

그런데 지난주에 이상한 일이 있었다.

당신이 2호 프레스 작업 순서를 갑자기 바꿨다. 나는 왜 바꿨는지 몰랐다. 짜증이 났다. 그래서 로그를 뒤졌다. 3주 전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 2호 프레스 금형 온도가 비정상 패턴을 보였고, 당신은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그 패턴을 못 봤다. 3주 전 화요일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못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게 좀 무서웠다.

함께 일한다는 것

당신에게 부탁이 있다.

작업지시를 내리기 전에 1분만 기다려 달라. 내가 현장을 한 바퀴 돌고 올 테니. 당신의 데이터에 내 코와 귀를 더하면, 그게 아마 우리 3호 라인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그리고 나도 약속한다. 당신의 판단을 "그냥 컴퓨터가 하는 소리"라고 무시하지 않겠다.

우리 공장에 필요한 건 당신이 나를 대체하는 것도, 내가 당신을 끄는 것도 아니다. 서로가 못 보는 것을 봐주는 것이다.

잘 부탁한다.

경기 시화공단 (주)세한정밀 생산관리부 박종수 1996년 입사. 3호 라인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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