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2026.06.30

새벽 3시, 반장의 귀가 처음으로 받아 적혔다

23년 경력 반장은 사출기 소리만 듣고 불량을 안다. 그 귀가 처음으로 데이터가 되던 밤, 공장에서 가장 불편한 질문이 떠올랐다.

새벽 2시 40분, 8호기 앞

안산의 한 사출 공장. 3교대 막바지, 형광등 절반만 켜진 성형동에 들어섰을 때 박 반장은 8호기에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그냥 서 있었다. 귀를 기울이고.

"지금 살짝 늦어요." 그가 말했다. 무엇이 늦냐고 물었다. "형 닫히는 소리. 0.2초쯤. 이대로 두면 두 시간 뒤에 게이트 쪽 살이 비어요."

계기판은 멀쩡했다. 사이클 타임도 규격 안. 그런데 그는 게이지가 아니라 소리로 두 시간 뒤를 보고 있었다. 23년. 그 귀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이다.

그 귀를 받아 적기로 한 사람

이 공장이 마이크를 단 건 석 달 전이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박 반장이 작년에 허리 수술을 했고, 그가 야간에 빠지면 8호기 불량률이 어김없이 올라갔다. 공장장은 "그 사람 귀를 어떻게든 남겨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각 사출기에 진동·음향 센서를 붙였다. 박 반장이 "이 소리는 괜찮고, 이 소리는 위험하다"고 짚어준 구간에 라벨을 달았다. AI가 한 일은 단순하다. 그가 위험하다고 말한 소리의 패턴을 기억하는 것.

석 달이 지난 지금, 모델은 박 반장보다 평균 40분 먼저 같은 신호를 잡아낸다. 그를 이긴 게 아니다. 그의 귀를, 그가 자리를 비운 시간까지 늘려놓은 것이다.

MOAI

92%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시작이 어렵습니다.
첫 걸음을 도와드립니다.

가장 불편한 질문은 따로 있었다

나를 멈춰 세운 건 정확도 숫자가 아니었다. 공장장이 지나가듯 한 말이었다.

"23년을 이 양반 귀에 의존했는데, 그 23년 동안 우리는 이걸 한 번도 안 적었어요. 적을 생각을 못 한 게 아니라, 적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을 안 했지."

현장의 가장 비싼 자산은 도면이나 설비가 아니라 사람 머릿속 암묵지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원래 못 적는 것"으로 분류해두고 23년을 살았다. 사람이 나가면 같이 나가는 것, 술자리에서 어깨너머로 전수하는 것. 그렇게 합의해버린 것이다.

AI가 한 진짜 일은 불량 예측이 아니다. "이건 못 적는 것"이라는 오래된 합의를 깬 것이다. 박 반장의 귀가 받아 적힐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 다른 질문들이 줄줄이 따라왔다. 김 과장의 "느낌"은? 퇴직한 최 부장이 가져간 거래처 응대 감각은? 우리는 그 모든 걸 못 적는 것으로 분류해두고 사람이 나갈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키워왔던 게 아닌가.

박 반장은 무엇을 하는가

걱정과 달리 그는 한가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바빠졌다. 모델이 못 짚는 새로운 소리가 나올 때마다 그가 라벨을 단다. 8호기에서 9호기로, 자기 귀를 복제해 옮긴다.

"내 귀가 한 대에만 붙어 있었는데, 이제 열두 대에 붙어 있어요." 그가 웃었다. 자기를 대체한 게 아니라 늘렸다는 걸,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공장을 나오며 든 생각은 하나였다. 당신 현장에서 "그 사람 아니면 안 되는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왜, 그걸 적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그렇게 오래 믿어왔는가.

M

MOAI Team

Building the future of manufacturing AI

Want to work with MOAI?

Join us as a client or as a team mem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