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공장에 들어오면, 누가 지시하고 누가 따르는가
세 명의 제조 현장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AI 에이전트는 도구인가, 동료인가, 아니면 상사인가.

좌담을 열며
사회자(정해원): 오늘 주제는 간단합니다. AI 에이전트가 공장 현장에 실제로 투입되면, 명령 체계가 어떻게 바뀌는가. 세 분 모시겠습니다.
패널 소개
- 김도영 — 인천 자동차 부품 2차 벤더, 생산관리 팀장 (15년차)
- 박소현 — 제조 AI 스타트업 CPO, 전직 반도체 공정 엔지니어
- 한정우 — 경남 사출성형 공장 대표, 30인 규모 중소기업 경영
"에이전트"라는 말부터 문제다
김도영: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현장에서 "AI 에이전트"라고 하면 아무도 못 알아듣습니다. MES도 겨우 쓰는데 에이전트요?
박소현: 맞아요. 용어가 과합니다. 본질은 단순해요. 사람이 매번 판단하던 반복 의사결정을 AI가 대신 내리는 것. 자재 발주 시점, 작업 순서 재배치, 설비 파라미터 미세 조정. 이런 걸 사람 승인 없이 실행까지 하면 그게 에이전트입니다.
한정우: "승인 없이"가 핵심이죠. 거기서 멈칫합니다.
지시의 방향이 뒤집힌다
박소현: 기존 공장 시스템은 위에서 아래로 흐릅니다. 공장장이 지시하고, 반장이 전달하고, 작업자가 실행하죠. AI 에이전트가 끼어들면 이 흐름에 균열이 생깁니다. 에이전트가 "3번 라인 금형 교체를 17시에서 14시로 앞당기세요"라고 제안하면, 작업자는 누구 말을 따라야 합니까?
김도영: 현장에서 실제로 겪었습니다. 스케줄링 최적화 시스템을 붙였더니, 기존 반장의 경험과 AI 추천이 하루에 서너 번 충돌했어요. 반장이 "내가 20년 했는데 기계가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냐"고 했습니다. 한 달 만에 시스템을 껐어요.
한정우: 끈 게 정답이었나요?
김도영: 아뇨. 그게 문제입니다. 끄고 나서 보니까 AI가 제안한 순서가 납기 준수율로는 더 나았거든요. 7% 정도.
동료도 상사도 아닌, 제3의 위치
한정우: 저는 30명 공장 대표입니다. 제가 AI 에이전트한테 기대하는 건 상사 역할이 아니에요. 야근할 때 옆에서 "사장님, 이 조건이면 불량 나올 확률 높아요"라고 귓속말해주는 존재요. 결정은 내가 합니다.
박소현: 그게 1단계예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귓속말을 넘어서게 됩니다. 에이전트가 판단하고 실행까지 하는 순간, 공장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재설계돼야 합니다. 조직도에 AI가 올라가야 하는 거예요.
김도영: 조직도에 AI를 넣는다고요?
박소현: 비유가 아닙니다. 이 에이전트의 권한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에이전트가 틀렸을 때 책임은 누가 지는가. 이걸 안 정하면 반장님처럼 한 달 만에 끄게 됩니다.
질문 하나만 남기겠습니다
한정우: 결국 기술 문제가 아니라 조직 문제라는 거죠?
박소현: 네. AI 에이전트 도입은 소프트웨어 설치가 아니라 권한 재분배입니다.
김도영: 그 말이 맞다면, 우리 공장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AI를 사는 게 아니라 "누가 무엇을 결정하는가"를 다시 쓰는 겁니다.
사회자: 세 분 감사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질문 하나 남기겠습니다. 지금 당신의 공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판단 중, 사람이 꼭 내려야 하는 것은 몇 개입니까?
MOAI 팀
제조 AI의 미래를 만들어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