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지시를 내리기 시작하면, 팀장은 무엇을 하는가 — 생산관리자에게 보내는 편지
AI Agent가 작업지시서를 스스로 생성하는 공장에서, 중간관리자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공개 서신.

팀장님께
저는 요즘 팀장님의 자리가 사라지는 꿈을 꿉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팀장님을 내보내겠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팀장님이 매일 아침 해왔던 그 일 — 전날 실적을 보고, 오늘 투입 인원을 배치하고, 작업지시서를 수기로 고쳐 현장에 내리는 그 두 시간 — 이 일이 사라지는 꿈입니다.
AI Agent라는 이름의 새 팀원
지난달, 본사에서 도입한 시스템이 하나 있습니다. AI Agent라고 부릅니다. 이 녀석은 ERP에 쌓인 수주 데이터, 자재 입고 현황, 설비 가동률을 읽고, 작업지시서 초안을 스스로 만듭니다. 걸리는 시간은 4초.
팀장님이 두 시간 걸려 하던 일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저도 불쾌했습니다. 20년 경력의 감이 4초짜리 알고리즘에 대체된다는 느낌. 그런데 한 달을 지켜보니, 불쾌함의 방향이 틀렸습니다.
진짜 질문
AI가 만든 작업지시서는 틀릴 때가 있습니다. 3호기 금형 교체 주기를 반영 못 하거나, 신입 작업자의 숙련도를 모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틀린 부분을 고치는 데 15분이면 충분합니다. 제로에서 작성하는 두 시간과, 초안을 검토·수정하는 15분. 남는 시간은 105분.
105분.
이 시간에 팀장님은 뭘 하시겠습니까? 이것이 제가 정말로 드리고 싶은 질문입니다.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
저는 이 105분이 팀장님의 진짜 역할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지시서 작성은 팀장의 본질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도구가 없어서 사람이 하던 일이었을 뿐입니다.
팀장의 본질은 다른 데 있습니다. 3호기 앞에서 소리만 듣고 이상을 감지하는 촉. 야간조 김 반장이 요즘 컨디션이 안 좋다는 걸 아는 눈치. 납기가 밀릴 것 같을 때 영업팀에 먼저 전화하는 판단. AI Agent는 이걸 못 합니다. 데이터에 없는 것은 처리하지 못합니다.
부탁
다음 주부터 AI가 생성한 작업지시서 초안이 매일 아침 7시에 팀장님 태블릿에 뜹니다. 부디, 그걸 위협으로 보지 말아 주십시오.
대신 이렇게 읽어주십시오. "이건 내가 오늘 하루를 지시서 작성이 아니라 현장에서 보낼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작업지시서를 쓰는 사람은 대체됩니다. 현장을 읽는 사람은 대체되지 않습니다.
105분을 현장에 쓰십시오.
그게 팀장님이 여기 있는 이유입니다.
2026년 4월, 공장장 드림
MOAI 팀
제조 AI의 미래를 만들어 갑니다


